October 13,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많은 부스가 있었지만 커다란 벽에 자기만 알고 있는 동네 서점을 소개하는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곳도 있고 엄청 큰 서점도 있고 아주 다양한 서점을 담고 있는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어릴적 아버지가 운영했다는 서점도 있었고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서점도 있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많은 부스가 있었지만, 특히 내 눈길을 끈 건 커다란 벽에 사람들이 자기만 알고 있는 동네 서점을 소개하는 공간이었다. 벽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포스트잇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서점도 있었고 한 참가자는 어릴 적 아버지가 운영했던 서점이라고 적어 놓았다. 또 다른 사람들은 친구들과의 추억이 깃든 서점을 공유하며 그 순간의 특별함을 나누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작은 서점도 있었고, 이미 유명해진 대형 서점도 있었다. 이 다양한 서점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서점들을 모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런 서점들은 기존 지도 앱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지도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충동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능숙하다. 나에게 작업했던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들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마무리를 잘 짓지 못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의 초반에는 열정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가 약해지거나 더 재미있어 보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서 기존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하고 중단하게 된다. 특히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내가 이걸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정말 사용할까?‘라는 의문이었다. 나는 내가 만든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오히려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는 이러한 마음을 이겨내기로 했다. 이런 마음 때문에 마무리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사용해 줄 거라는 욕심과 기대는 버리기로 했다. 대신 이 프로젝트들을 끝까지 완성하면서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내가 홍보하지 않는 한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에 대한 기대보다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다루지 않는 기능을 구현하고, 마주치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나중에는 진정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또한 배포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빨리 마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보통은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 후에 배포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되도록 빨리 배포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배포 과정에서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빌드 에러가 그중 하나다. 개발 중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타입 에러들이 빌드할 때 한꺼번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이런 에러들을 빨리 발견하고 수정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무엇보다도 배포를 완료했을 때 비로소 내가 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는 실감이 난다. 로컬에서 혼자 개발하는 것과 실제로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배포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배포를 완료하는 것이 나에게는 프로젝트의 하나의 마무리이자 동시에 진정한 시작이라고 느껴진다.
이번 지도 앱 프로젝트에서도 지도 API를 처음 사용해 보면서 여러 문제에 부딪혔다. 처음 접하는 기술을 사용하다 보니 막히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결국 나는 광활한 인터넷에 또 하나의 작은 씨앗을 심었다. 그렇게 나만의 독립 서점 지도 웹앱이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한낱 사이드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 의미 있는 배움의 과정이었다.
https://indie-bookstore.vercel.app/
이번 프로젝트가 나의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 이전에 같은 이유로 관뒀던 프로젝트들도 다시 들여다보고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