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세요 리뷰 - 나는 정말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고 있었을까?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세요 책 표지 출처: 한빛미디어

“한빛미디어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정말 사용자 입장에서 만든다는 것

최근 만들고 있는 제품에 lecture 기능이 있었다. 텍스트 기반의 강의 컨텐츠를 보여주는 영역이었는데, 여기에 TTS를 붙여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넣었다. 단순히 음성만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에 맞춰 텍스트도 한 글자씩 렌더링되도록 만들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사용자가 강의를 듣고, 화면에서는 지금 읽히는 텍스트가 따라 나오고, 그래서 더 몰입감 있게 학습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특히 “강의”라는 단어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강의라면 듣는 경험이 중요하고, 음성과 텍스트가 같이 움직이면 더 친절한 인터페이스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사용자 행동은 조금 달랐다. 많은 사용자가 TTS를 끝까지 듣기보다 스킵 기능을 사용했다. 음성 속도에 맞춰 기다리기보다, 텍스트를 직접 읽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가는 행동이 더 많이 발견됐다.

이 경험이 꽤 인상적이었다. 내가 만든 기능은 “사용자를 위한 기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사용자는 그 친절함을 기다림으로 느끼고 있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건 더 풍부한 연출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세요』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이 경험이었다. 이 책은 사용자를 하나의 평균적인 존재로 두지 않고, 여러 상황 속의 구체적인 사용자로 바라본다. 읽는 사용자, 똑똑하지 않은 사용자, 서두르는 사용자, 들어주는 사용자, 시작하는 사용자, 불안한 사용자, 기다리는 사용자처럼 말이다.

책의 구성이 좋았던 건 각 장이 단순히 “이런 사용자가 있습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용자 유형을 먼저 들여다보고, 실제 서비스 사례를 본 다음, 마지막에 설계 가이드로 정리한다. 예를 들어 읽는 사용자 장에서는 UI 텍스트가 리듬처럼 보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텍스트 설계 원칙을 다루고, 서두르는 사용자 장에서는 빠른 선택을 이끄는 설계 원칙을 다룬다. 불안한 사용자 장에서는 실수를 예방하고 회복하는 UX 원칙을, 기다리는 사용자 장에서는 사용자가 잘 기다릴 수 있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 분류가 좋았던 이유는 “사용자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단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는 차분히 읽고, 어떤 상황에서는 서두르고, 어떤 상황에서는 작은 오류에도 불안해진다. 그래서 이 책의 15가지 사용자는 각각 다른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 명의 사용자가 제품 안에서 계속 바뀌는 상태처럼 느껴졌다.

사용자는 우리가 의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lecture 기능을 만들 때 놓친 지점은 속도였다. 우리는 음성에 맞춰 한 글자씩 보여주는 흐름을 설계했지만, 사용자는 자기 속도로 읽고 싶어 했다. 정보가 이미 화면에 있다면 굳이 음성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책에서 말하는 여러 사용자 유형 중 내 경험과 가장 맞닿아 있던 건 “서두르는 사용자”였다. 책에서는 급한 사용자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전제를 놓고, 빠른 선택을 이끄는 UX 설계 원칙을 다룬다. 사용자는 늘 충분한 시간과 집중력을 가지고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동 중일 수도 있고, 잠깐 빈 시간에 학습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이미 아는 내용을 빠르게 넘기고 싶은 상태일 수도 있다.

서두르는 사용자와 빠른 결정에 대한 책 내용 캡처
서두르는 사용자는 서비스가 의도한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 사용자에게는 친절한 설명도 길게 붙잡는 순간 방해가 될 수 있다. 기능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들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나는 이미 읽었는데 왜 아직 기다려야 하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lecture 기능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TTS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TTS를 기본 흐름으로 강하게 전제한 것이 문제에 가까웠다. 어떤 사용자에게는 듣는 것이 편하지만, 어떤 사용자에게는 읽는 것이 훨씬 빠르다. 중요한 건 둘 중 하나를 정답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자기 상황에 맞는 속도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책의 “기다리는 사용자” 장도 같이 떠올랐다. 사용자는 로딩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가 정해놓은 순서, 애니메이션, 설명, 재생 속도도 기다림이 될 수 있다. lecture 화면에서 글자가 음성에 맞춰 천천히 나타나는 동안 사용자는 컨텐츠를 기다린다. 우리가 만든 연출은 “몰입”을 위한 것이었지만, 어떤 사용자에게는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었을 수 있다.

읽는 사용자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또 하나 떠오른 건 “읽는 사용자”였다. 책의 첫 장은 텍스트를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리듬이 있는 UI 요소로 본다. 사용자는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보다 훑어보고, 중요한 지점을 먼저 찾고, 화면 안에서 읽을 순서를 만든다. 그래서 텍스트를 화면에 보여준다고 해서 읽기 좋은 경험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텍스트는 리듬처럼 보여야 한다는 책 내용 캡처
읽는 사용자를 고려하면 텍스트도 리듬을 가진 인터페이스가 된다
F 패턴과 Z 패턴에 대한 책 내용 캡처
사용자는 화면의 모든 글을 읽기보다 시선의 흐름에 따라 훑어본다

우리는 종종 텍스트를 컨텐츠의 원본 정도로 보고, 인터랙션이나 음성 같은 장치를 더 중요한 경험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가 제일 많이 의존하는 것은 결국 읽기였다.

lecture 기능에서도 사용자는 음성을 듣기보다 텍스트를 읽었다. 그러면 제품 입장에서는 질문이 바뀐다.

  • 텍스트가 한눈에 읽히는가?
  • 사용자가 이미 읽은 부분과 앞으로 읽을 부분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는가?
  • 스킵했을 때 맥락이 끊기지 않는가?
  • 빠르게 넘겨도 핵심을 놓치지 않게 구성되어 있는가?

처음에는 TTS와 글자 단위 렌더링이 핵심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용자 행동을 보고 나니 오히려 읽기 경험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성은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텍스트가 불편하면 사용자는 가장 빠르게 이탈하거나 스킵한다.

책에서 UI 텍스트와 사용자의 읽기 흐름을 다루는 부분이 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UX는 더 많은 기능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하려는 행동을 덜 방해하는 방향에 가까운 것 같다. lecture 기능에 대입하면 “음성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읽어주는가”만큼이나 “음성을 끄거나 넘겼을 때도 텍스트만으로 흐름이 충분히 읽히는가”가 중요해진다.

“사용자 입장”이라는 말의 위험함

제품을 만들다 보면 회의에서 “사용자 입장에서는”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나도 자주 한다. 그런데 이번 경험을 돌아보면 그 말이 항상 실제 사용자를 뜻하지는 않았다. 많은 경우 그것은 “내가 상상한 사용자”에 가까웠다.

나는 강의를 듣는 사용자를 상상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빠르게 읽고 넘기는 사람이었다. 나는 음성과 텍스트가 같이 움직이면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그 흐름을 답답하게 느꼈을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세요”라는 말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쉽게 지나치기 좋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만들다 보면 사용자의 입장이 아니라 설계자의 입장에서 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 때가 많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컨텐츠, 내가 의도한 학습 순서, 내가 생각한 몰입 방식을 기준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책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계속 다룬다. 설계자는 서비스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어디에서 헤매는지, 무엇을 당연하게 느끼지 못하는지 놓치기 쉽다. 그래서 “똑똑하지 않은 사용자”라는 표현도 실제 사용자를 낮춰 보는 말이 아니라, 설계자가 만들어놓은 전제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읽혔다. 사용자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용자가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자기 맥락 안에서 서비스를 사용한다. 시간이 없고, 이미 아는 내용이 있고, 지금 당장 필요한 정보만 확인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럴 때 제품은 사용자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앞으로 바꿔보고 싶은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lecture 기능을 다시 본다면, 단순히 TTS 품질을 높이는 것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기본 흐름이다. 사용자가 음성을 듣는 흐름과 텍스트를 읽는 흐름 중 무엇을 더 많이 선택하는지 봐야 한다. 만약 대부분이 텍스트를 읽고 빠르게 넘긴다면, 제품의 기본 경험도 그에 맞춰 조정되어야 한다. 이건 책의 “서두르는 사용자”와 “기다리는 사용자”를 같이 떠올리게 한다. 사용자가 빠르게 끝내고 싶어 하는 순간에 제품이 기다림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는 스킵의 의미다. 스킵은 기능 실패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사용자가 자기 속도를 찾는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스킵을 줄이는 것만 목표로 삼기보다, 스킵해도 학습 흐름이 무너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스킵 이후에 어디까지 읽었는지, 다음 내용이 무엇인지, 놓친 핵심은 없는지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점은 책의 “불안한 사용자” 장에서 말하는 오류 예방과 회복 관점과도 이어진다.

세 번째는 텍스트 자체의 설계다. 음성에 맞춰 한 글자씩 보여주는 연출보다, 사용자가 빠르게 훑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 구조와 화면 배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학습 컨텐츠라면 사용자가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어디를 다시 보고, 무엇을 다음으로 넘기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책의 “읽는 사용자” 장에서 말하는 리듬감 있는 텍스트 설계가 여기서 바로 적용된다. 텍스트는 내용만 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디를 먼저 보고 어떻게 따라갈지 알려주는 인터페이스이기도 하다.

마무리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세요』는 UX를 거창한 개념으로 설명하기보다, 실제 서비스에서 만나는 여러 사용자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다. 읽는 사용자, 서두르는 사용자, 기다리는 사용자, 불안한 사용자처럼 이름이 붙어 있으니 내가 만든 화면을 다시 볼 때도 질문이 구체적으로 바뀐다. “사용자가 편할까?”가 아니라 “이 화면은 서두르는 사용자에게도 빠른가?”, “읽는 사용자에게 텍스트 리듬이 괜찮은가?”, “스킵하거나 실수한 사용자가 다시 회복할 수 있는가?”처럼 말이다.

특히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사용자 입장”이라는 말을 이미 많이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말을 더 의심하게 만든다. 내가 말하는 사용자는 실제 사용자인지, 아니면 내가 만든 기능을 잘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상상한 사용자인지 계속 묻게 한다.

UX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좋지만, 이미 제품을 만들고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화면을 설계하거나 기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정도면 사용자에게 친절하겠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제품의 장면들이 꽤 많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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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Donghoon Song
사람들의 꿈을 이어주는 코멘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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